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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by 레드홀스 2018. 12. 28.

Si vales bene est, ego valeo.

(시 발레스 베네 에스트, 에고 발레오)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본문 138페이지 인용


  이 책은 작가 한동일 선생님께서 있어보이지만 배우기 어렵다는 라틴어를 공부하는 방법만을 담지 않았다. 학부생일 때 수업이라는 단어가 공부와 연결되다보니 처음에는 부담감과 거부감이 느껴졌지만 인문학 부스에 있는 것과 베스트 셀러라는 단순한 이유로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 공부하는 책처럼 "라틴어라는 언어의 구조가 어떻고, 형식과 주요 단어가 이러이러 하니까 암기하세요"로 시작할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그런 강요가 없다. 오히려 친구들이 어디 여행다녀와서 "나 그동안 이런 것들을 보고 듣고 느꼈어"라고 얘기하듯이 글을 쓰셔서 굉장히 읽기 편하고 친근감이 느껴졌다.


  물론 본격적으로 라틴어에 대한 설명은 어렵고 머리가 아파왔지만, 단순히 언어를 가르치기보다 그 언어와 관련있는 다양한 문화, 역사에 관한 것들을 쓰시고 거기에 덧붙여 본인이 그동안 겪으신 사건들과 그 안에서 찾은 깨달음들을 함께 담은 아주 따뜻한 일기장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학원에서 한참 어린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나에게도 참 많은 가르침을 주고 많은 눈물이 나오게 해준 책이다. 주변에 아는 사람은 많은데 내 어려움과 힘듦을 맘편히 얘기하고 의지할 사람이 없는 아이러니한 세상인데 얼굴도 모르는 분이 쓰신 문장들에서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SNS에서 심심찮게 저런 선생님이 계셨다면 정말 학교 다닐 맛이 났겠다라는 2, 30대의 글을 자주 본다. 라틴어 수업을 읽고, 저런 글들을 다시 봤을 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에게 너가 참 힘들었겠구나,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니라고 말해주신 연사님들이 생각났다. 또한 내가 지금까지 가르쳤고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반성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받고 상처를 주면서 살아간다. 거기다 누구나 평가받는것을 싫어하면서 평가를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상처를 주는 것만큼 남을 칭찬하고 인정할 줄 모른다.


  이십대 후반인 나도 아직 남들의 평가와 비판에 흔들리는데 어린 아이들이라고 안 흔들릴까.


  시험이 끝나면 고생했다고 해주고, 시간이 갈수록 아이가 어디로 가고 있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스스로 깨달을수 있게 키우며 얼마든지 의지할 수 있는 교육자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